나의 고향, 부산~ 그리고 서해.
나는 고향이 부산이다. 부산 하면 바다가 딱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서울 토박이들 중에서는 태어나서 부산에 단 한 번도 안 가봤다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는 뭔가 부산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는 듯 했다. 그들이 말로만 듣던 해운대, 오륙도 등이 부산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환상 말이다. 대학교에 합격하고 서울에 처음 왔을 때는 간혹 서울 친구들이 나보고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해운대가 있냐고, 참 좋겠다고 하는 말도 많이 듣기도 했다. ( 그런데 부산 매우 넓다.. 해운대 반경 5분 거리가 부산의 전부가 아니란 말이다! ) 사람은 보지 못하고 말로만 들은 것에 대해서는 멋대로 상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건 나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부산을 바다 비린내 나는 촌동네라고 무시하는 서울 사람과 같이,나는 동해, 남해에 비하면 서해는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의 웅덩이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서해, 강화도와 석모도로 떠나다.
서해는 태어나서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기에 약간의 두근거림을 안고 나섰다. 2008년 5월 3일. 강화도로 가는 길은 멀고도 길었다. (내가 운전대를 잡고 가서 그렇게 느껴졌다.) 먼 길을 달려 마침내 바다를 마주하는 그 순간은 언제나 즐거웠다. 마찬가지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던 그 지점, 내 마음은 동해를 향해 달려가듯 했다. 서해를 앞에 두고도 내 마음은 여전히 부산의 바다를 그리고 있었다. 부산을 떠나온 뒤 부산에 대한 향수도 강했기 때문이다.
배에 차를 싣고 석모도로 건너가는 배 위에서, 수많은 갈매기 떼가 배를 덮치는(?) 현장을 목격했다. 이미 잘 아는 사람들은 어디선가 준비해온 새우깡을 새들에게 던지고 있었는데, 넙죽넙죽 거의 곡예에 가깝게 잘 받아 먹는 그 녀석 들을 보니 정말 먹고살기 힘들구나 싶었다.
석모도에 도착하니 때는 오후 서너시. 곧 해가 질 시간이었다. 우선 보문사를 올라가기로 했다. 석양이 잘 보인다는 마애관음좌상이 있는 산자락으로 가는 길은 곧 있을 부처님 오신날 준비로 인해 형형색색 연등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가팔랐다.. 헥헥
마침내 마주한 서해!
마애관음좌상을 향하던 길.. 나는 마침내 서해를 마음 속에 두게 되었다. 서해도 얼마나 아름다운 "바다"인가! 더 말해서 무엇할까...
그냥 잠시 보도록 하자.
고요한 아름다움, 서해
정말이지 생소했다. 나에게 바다는 끊임없이 파도가 몰아치고 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그런 곳이었는데 이곳은 마치 거대하고 고요한 강이 흐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 끝없는 갯벌 위의 끝없는 적막함이라니... 귀가 먹먹한 착각이 들 정도로 고요한 바다는 매우 차분하게 흐르고 있었고, 바람 한점 없는 대기에 끼인 아른아른 안개 사이로 보이는 섬은 그 신비한 정취를 더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해가 지는 곳, 바로 서쪽이라는 사실 또한 왠지 모를 어떤 감동을 내게 선사했다. 정말이지 바다는 어느 곳을 막론하고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해가 지고 어둠 속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마치 길고 긴 꿈 속에서 빠져 나오듯 서쪽에서 동쪽을 향한 길에 올랐다. 내 가슴 한구석에는 서해가 자리잡고 있다. 아니, 내 마음 속의 바다는 이제 서해까지 아우르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

